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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시인 김춘수 타계
지난 8월 4일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분당 서울대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한국시단의 원로 대여(大餘) 김춘수(金春洙) 시인이 29일 오전 9시께 타계했다. 향년 82세.//문화부 기사참조/문화/ 2004.11 .29 (서울=연합뉴스)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의 교과목이 국어였었다. 성적이 좋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에 대한 차별로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아 있지만 소설과 시를 쪼개서 분석하는 맛을 알게 해 준 선생님으로도 지금껏 기억에 남아 있다. 원래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과 시들은 다른 곳에서 읽는 그것들보다 고루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갖게 마련인데 고2 수업 시간 중에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이라는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과 기승전결에 따른 소설의 전개를 말그대로 머리에 쏙 들어오게 가르치셨던 생각이 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실력있는 선생님이었달까....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교과서에 실린 소설도 그러할진대 시는 그야말로 하품 나오는 물건이었다. 물론 어려서부터 나름대로 문학소년이었던 탓에 국어시간을 좋아하고 시집도 몇권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밑줄 쫙 긋고 참고서를 외우는 수준의 흥미 외에는 없었다. 그나마 "꽃"이라는 시는 겉표지의 알록달록한 그림 위에 인쇄되어 나오던 연습장들 때문에(그때 그런 류의 연습장이 꽤 유행했던 기억이...) 눈에는 많이 익은 시였다. 하지만 눈에 익은 시라고 교과서에 실린 시가 흥미를 끌리는 없었고 수업 시간에 김춘수의 꽃이라는 대목을 나갈 때도 보통의 수업시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의 열강이 귀에 들어오고 "꽃"이라는 시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각 시어들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시어들의 구조적 연결이 가져다 주는 단단함 등등 시라는 문학장르의 참맛을 조금이나마 맛을 보았다고 할까. 뭐 그런 기분이 드는 수업이었다. 단순한 연시(戀詩)의 일종인 줄로만 알았던 "꽃"이라는 시가 갖고 있는 "존재"에 대한 문학적 증명과 시문학 자체가 갖고 있는 문학적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낀 수업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시라는 것의 참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꼈던 "꽃"의 시인 김춘수 시인이 운명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뒤에 덧붙여진 기사에 있듯이 여러 직함을 두루 거친 우리나라의 원로시인이셨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애송되는 "꽃"으로 대표되는 순수관념시의 대가셨다.

우리문학의 큰별 하나가 진 느낌이다.

p.s 민정당 국회의원은 왜 하셨을까? 지금도 김춘수 시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by 푸하 | 2004/11/29 16:39 | 사는 이야기 | 트랙백(5)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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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꽃'의 시인 김춘수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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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No such things at 2004/12/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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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불패 at 2004/11/29 17:22
이 글의 윗부분에 "분석"을 "분삭"이라고 잘 못 쓰셨어요!
글고 형 담임 샘이 김춘수 시인이셨어요? 글을 읽어보니 그런 뉘앙스가 풍기네요...
오타 시러여~!!
Commented by 푸하 at 2004/11/29 17:27
불패//오타신고 고마우나.... 김춘수 시인이 내 담임선생님이라는 뉘앙스가 풍긴다니... 어찌 그런 생각을... 불패는 창의력대장~!
Commented by jenu at 2004/11/30 12:57
....무, 무나님이십니까?!! 옆의 그림은 분명....;
Commented by Opus at 2004/11/30 13:19
어디엔가 그 부분 (민정당 국회의원) 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본인은 떠밀려서 국회의원을 했다고 하시더군요. (어느날 갑자기 누가 찾아와서) 의정활동은 그저 거수기 역할만하고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고... 제일 후회하는 대목이라는...
Commented by 電腦人間 at 2004/11/30 13:20
저는 어려운 것 몰라요. 하지만, 오늘따라 "꽃"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더군요.
Commented by 푸하 at 2004/11/30 14:28
jenu님, 제가 그 분이 아니라 어쩌죠?^^; 옆의 그림은 비타넷에 올라온 박정석선수 캐리커쳐를 제가 무단펌^^;한 것 입니다. 제가 플토유저다 보니 제일 좋아하는 선수의 캐리커쳐를 슬쩍...ㅜ.ㅡ
Commented by 푸하 at 2004/11/30 14:31
Opus님, 그런 인터뷰를 하신 적이 계셨군요... 시인이 국회의사당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상상을 하니 삭막하기 그지 없네요.^^
Commented by 푸하 at 2004/11/30 14:32
電腦人間님, 저도 역시 시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esialord at 2004/11/30 16:02
고인의 명복을 빌 따름입니다. 트랙백 가져갑니다.
Commented by jenu at 2004/11/30 17:40
으음, 포스트와 관계없는 이런 댓글 죄송합니다만, 그림을 쓰실땐 최소한 그림그린이에게 허락과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옆에서 퍼오신 캐리커쳐는 '일자무식'이란 분이 그리신겁니다..'ㅁ'.. 비타넷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그쪽에서도 퍼온게 아니라면 아마 무나님이 직접 올리신 글일테니 그 경로로 허락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에, 여하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KNOT at 2004/11/30 23:13
안녕하세요오..
글 좀 트랙백하겠습니다..;

실은 개인적으로 김춘수 시인의 시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김수영 타입이나 김지하류의 참여시에 더 관심이 가서 그런지 몰라도 고인의 시는 제 취향은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꽃"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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